1. 도입부: 사랑과 꿈, 그리고 평범한 일상 (약 15%)

저는 올해 31살,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고 있는 남자입니다.
대학 졸업 후 작은 디자인 스튜디오를 거쳐 독립했고, 운 좋게 몇몇 게임회사와 꾸준히 협업을 이어가며
수입은 들쑥날쑥하지만 제 작업을 하며 살아가는 삶에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함께 그림을 그리던 동료와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하게 되었죠.
소소한 예술가 부부로의 삶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수입의 불안정, 가치관 차이, 감정 소모... 결국 우리는 3년 만에 이혼하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삶이 이렇게 흔들릴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2. 전개: 이혼, 그리고 상상 이상으로 커진 채무 (약 25%)

문제는 이혼이 끝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당시 공동명의로 계약한 전셋집, 가전제품, 공동저축 계좌 정산 등
법적 절차를 따르다 보니 제가 떠안게 된 금액이 무려 7천 8백만 원이었습니다.

은행 두 곳에서 총 5천만 원을 대출했고, 부족한 금액은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로 돌려막으며 마련했습니다.
문제는 그 뒤부터였죠. 프리랜서인 저는 수입이 고정적이지 않아
이자 납부도 제때 못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3년 반 동안 채무는 점점 불어나고, 하루에 독촉 전화만 7~8통씩 오던 날도 있었습니다.
제 작업 집중도는 떨어졌고, 결국 몇몇 클라이언트와의 계약도 해지됐습니다.
살던 원룸 보증금을 빼서 카드값 막고 다시 월세로 옮기며,
제 삶의 공간과 정신이 점점 무너져갔습니다.

3. 위기: 도망갈 곳이 사라졌을 때 비로소 마주한 선택 (약 20%)

결정적인 계기는 지인에게 그림 프로젝트 대금을 빌린 채 이자 갚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였습니다.
그 순간 ‘내가 어디까지 망가졌나’ 싶더군요.
한동안 연락을 끊고, 멍한 상태로 지냈습니다.

그때 우연히 같은 프리랜서 커뮤니티에서 “개인회생”이라는 제도를 알게 되었습니다.
막연히 기업인들만 받는 거라 생각했는데,
저처럼 일정한 소득이 있고 채무를 감당할 수 없는 개인도 신청 가능하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고민은 2달 가까이 했습니다.
주변 친구들은 “너 같은 예술가는 평판도 중요하지 않냐”며 걱정했지만,
한 친구가 “다른 사람 인생 말고, 네 인생을 살라”는 말에
용기를 내 상담을 받았습니다. 상담실에 들어간 날,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했지만
처음으로 숨 쉬듯 내 상황을 말할 수 있었던 날이기도 했습니다.

4. 해결: 개인회생 신청과 회복의 첫걸음 (약 25%)

상담부터 법원의 인가까지는 약 4개월이 걸렸습니다.
제 수입은 월 140~160만 원 정도의 변동성 있는 프리랜서 수입이었고,
그중 평균치를 기준으로 월 20만 원씩 3년간 총 720만 원을 납부하는 변제계획이 인가됐습니다.

법원에 출석하는 날은 여전히 생생합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웠고, 제 삶의 책임을 묻는 판사님의 질문에
최대한 진심으로 답했습니다. **“지금은 무너졌지만, 다시 그리고 싶다”**는 말에
판사님도 고개를 끄덕여주셨고, 그 순간 왠지 모르게 울컥했습니다.

처음 6개월은 정말 절약의 연속이었습니다.
카페에서 커피 사 마시는 일도 줄이고,
작업 장비도 중고로 교체해가며 지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훨씬 더 편안했습니다.
‘다시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죠.

5. 결말: 삶을 다시 그리는 중입니다 (약 15%)

지금 저는 변제 시작한 지 1년을 넘겼고,
계획대로 차근차근 잘 갚아나가고 있습니다.
수입은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지만, 최근에는 외주 작업도 조금씩 늘어
조금 여유 있는 작업 환경도 만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혼한 예술가’라는 굴레가 아니라,
‘책임을 다하는 창작자’라는 정체성을 되찾게 된 기분입니다.
앞으로는 일러스트 외에도 웹툰 연재나 강의 콘텐츠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개인회생을 망설이시는 분들께 말하고 싶습니다.
이건 도망이 아니라, 재시작입니다.
누구에게나 실수는 있지만, 그 실수에 눌려 평생을 살아갈 필요는 없습니다.
저처럼 여러분도 다시 그릴 수 있습니다.
여러분 삶의 캔버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