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회복경험담
공무원의 자존심, 빚 앞에서 꺾이다… 다시 일어서기까지의 기록
- 최고관리자 오래 전 2025.08.0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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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
올해로 시청에서 일한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46세, 두 아이를 둔 아버지이자 평범한 공무원입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행정 업무에 지쳐갈 무렵, 나름대로 “제2의 인생”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단순히 돈을 더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은퇴 후를 대비하고 싶었습니다. 마침 지인이 프랜차이즈 외식 창업을 제안했고, 보증도 서주겠다고 하니 솔깃했습니다. 그렇게 제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이 시작됐습니다. 좋게 말하면 도전, 지금 돌이켜보면 무모한 결정이었죠.
전개
자금 1억 원은 은행 대출과 카드론을 이용해 마련했습니다. 처음에는 매출도 나쁘지 않았고, 가게도 깔끔하게 잘 꾸며졌어요. 주말에는 가족들도 잠깐씩 도와주면서 다 같이 으쌰으쌰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1년이 채 되기 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근처에 대형 프랜차이즈가 들어오고, 임대료도 인상되면서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어려워졌죠. 점점 적자가 쌓였고, 재료비와 인건비를 메우기 위해 또다시 카드에 손을 댔습니다.
결국 3년 동안 가게를 끌고 가며 빚은 1억 1천만 원까지 불어났고, 매장을 정리하고 나서도 채무는 고스란히 제 몫으로 남았습니다. 공무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신용등급이 낮아지는 것, 급여 압류 걱정, 주변 시선 등이 한꺼번에 밀려와서 한동안은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무서웠습니다.
위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아들의 수학여행비를 카드로 겨우 결제하고, 마트에서 가족 반찬거리를 고르다 결국 아무것도 사지 못한 날이었습니다. “아빠, 요즘 왜 자주 화를 내?” 하는 딸아이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죠. 6개월 넘게 밤마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생각을 반복하며 괴로워했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지인 한 명에게 속마음을 털어놨습니다. 그 친구가 진지하게 ‘개인회생’을 권하더군요. 처음엔 공무원이 그런 걸 해도 되냐는 의심부터 들었지만, 알아보니 충분히 가능한 제도더라고요. 가족들과 상의한 후, 용기 내어 상담을 받기로 했습니다.
해결
개인회생 상담을 받고, 서류를 준비한 후 접수에서 법원 인가까지는 약 4개월이 걸렸습니다. 다행히 정기적인 급여가 있는 점, 부양가족이 있다는 점이 고려되어 월 45만 원씩 3년간 갚는 변제계획이 인가되었습니다. 처음엔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채권자 연락이 끊기고, 법원에서 인가 결정이 떨어졌을 때 느꼈던 안도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주변 시선’이었습니다. “공무원이 무슨 회생이야” 하는 말이 들려올까 봐 숨기기에 급급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누구보다 제 가족이 저를 믿어준다는 걸 알게 됐고, 마음이 조금씩 편해졌습니다. 법원 출석 날은 여전히 생생히 기억납니다. 양복을 차려입고도 고개를 제대로 들 수 없었는데, 판사님이 “당신 같은 분들을 위한 제도입니다”라고 말씀해주신 덕분에 한참을 울었습니다.
결말
현재는 1년 차 변제 진행 중입니다. 매달 꾸준히 납부하면서, 생활 패턴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외식은 줄이고, 가계부도 꼼꼼히 쓰며 절약이 몸에 배었습니다. 아이들 교육비도 계획적으로 준비하고 있고, 오히려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어요. 실패한 도전이었지만, 그 경험 덕분에 재정과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됐고, 지금은 은퇴 후엔 꼭 작고 안정적인 사업을 다시 해보고 싶다는 목표도 생겼습니다.
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공무원도 회생을 하냐’는 말이 아니라, ‘누구든 실수할 수 있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걸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자존심보다 더 중요한 건, 가족과 삶을 지키는 용기라는 걸 저는 이제야 알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