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발생 전의 일상

저는 올해 39세, 병원 행정직으로 일하고 있는 평범한 싱글맘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 삶은 크고 작은 어려움 속에서도 그럭저럭 안정적이었습니다. 이혼 후 혼자가 되었지만, 중학생인 아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매달 꼬박꼬박 월급을 받아 집세와 생활비를 관리하며 살아갔습니다.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아이와 함께 작은 외식이라도 하며 웃을 수 있는 순간이 있었고, 그게 제 삶의 원동력이었습니다.

채무 발생과 악화 과정

문제는 스트레스였습니다. 직장과 육아를 혼자 감당하다 보니 마음이 지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지인에게서 알게 된 스포츠 도박이 시작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소액으로, 재미 삼아 몇 만 원을 걸다 보니 어느 순간 더 큰 금액을 베팅하게 되었습니다. 몇 번은 ‘뜻밖의 수익’을 얻어 생활비에 보탤 때도 있었지만, 점점 손실이 커지자 오히려 빚으로 메꾸는 악순환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로 버텼습니다. 그러다 한도가 막히자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았고, 결국 대부업체까지 손을 벌리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2년 8개월 동안 불어난 빚은 총 6,500만 원에 달했습니다. 매달 이자만 해도 제 월급 절반 이상을 삼켜버렸습니다. 카드 독촉 전화, 대부업체의 연락이 쏟아질 때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숨조차 쉬기 힘들었습니다. 아이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지만, 속으로는 매일 무너져 내렸습니다.

개인회생 결심까지의 상황

결정적인 계기는 아들이 제 휴대폰에서 독촉 문자를 본 날이었습니다. “엄마, 우리 집에 무슨 일 있어?”라고 묻는 아이의 눈빛에서 저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날 밤, 한참을 울며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아이의 미래뿐만 아니라 제 인생도 끝장날 수 있겠다는 두려움이 몰려왔습니다.

개인회생을 고민하기 시작했지만, 처음에는 ‘내가 과연 자격이 될까?’, ‘주변 사람들이 알게 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망설였습니다. 약 두 달 정도를 혼자 끙끙 앓으며 인터넷을 검색하고 사례를 찾아봤습니다. 가까운 친구 한 명에게 털어놨더니 “지금은 자존심보다 현실이 중요하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제도에 의지하라”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그 말이 제 마음을 움직였고, 결국 상담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상담을 받던 날, 너무 떨려서 손에 땀이 날 정도였지만 동시에 한 줄기 빛을 본 듯한 안도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개인회생 진행 과정

상담 후 바로 신청을 준비했고, 서류를 모으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은행 거래 내역, 채권자별 채무 현황, 생활비 지출 내역까지 꼼꼼히 정리해야 했습니다. 그 과정을 거치며 ‘내가 이렇게 많은 빚을 지고 있었구나’ 하는 현실이 뼈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상담부터 법원 인가까지는 약 6개월이 걸렸습니다. 제 변제계획은 월 45만 원을 3년 동안 갚는 조건으로 세워졌습니다. 기존 이자와 원금을 생각하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부담이 줄어든 금액이었습니다. 법원 출석일은 잊지 못합니다. 판사님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제 상황을 설명했는데, 그때 “갚을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회생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으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진행 과정 중 가장 힘들었던 건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이었습니다. 도박으로 시작된 빚이라는 점이 특히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을 지켜야 한다는 다짐이 저를 붙잡아주었습니다.

현재의 변화와 희망

지금은 개인회생 인가를 받은 지 1년이 넘었습니다. 매달 변제금을 성실히 내고 있고, 생활은 여전히 빠듯하지만 최소한 독촉 전화에 시달리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습니다. 아이와 함께 주말에 공원 산책을 하며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는 다시는 도박에 발을 들이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습니다. 대신 작은 적금이라도 매달 넣으면서, 아이 대학 진학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하고 있습니다.

저와 비슷한 상황에 계신 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부끄럽다고, 두렵다고 미루다 보면 상황은 더 나빠질 뿐입니다. 개인회생은 새로운 출발을 위한 제도이지, 실패자의 낙인이 아닙니다. 저처럼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되실 거라 믿습니다.